아빠와 함께 강원도 내린천으로 플라이 낚시 를 떠났던 출조 기록입니다. (2018.11)
-We went on a fly fishing trip to Naerincheon, Gangwon-do
비몽사몽, 좌충우돌, 얼떨결에 떠난 강원도 내린천 플라이 낚시 |
원래 예정된 출조지는 내린천이 아닌 가평이었습니다. 이번 출조에 함께 동행하신 친한 삼촌께서 가평 일대 에서 3번대가 부러질까봐 어쩔수 없이 털어버린 거대한 잉어를 보셨다기에 신이나서 전투적으로 채비하고ㄱㄱ했습니다.
그런데, 도착해보고 나니 물이 너무 많이 빠져서 도저히 낚시를 할 수가 없더라구요. 저희 부녀의 출조는 보통 이런 패턴입니다. "이 맘때쯤 거기가 죽여주지~" 하면서 가면 공사 포크레인이 들어와있거나,
"가까운데서는 그쪽이 괜찮지 그래도?" 하면서 가면 물이 없어요. 그래서 첫 계획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간에 도착하게 됩니다. 약간 가는 날이 장날인 부분(?) 인정합니다.
그래서 늘 그렇듯 좀 멀지만 확실한 플라이낚시 환경을 갖춘 먼 곳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보통 강원도 세 군데 중에 하나입니다. 홍천, 동남천, 내린천. 내린천은 그냥 먼곳도 아니고 상당히 먼 곳인 편이라 아빠와 삼촌 저는 어쩌지 어쩌지 하다 에라 모르겠다 가자~ 하고 부르릉 하고 가버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도착한 곳, 내린천 |
내린천! 이 사진은 영상만큼 표현이 안되네요... 삼촌께서 말씀하시기를, 내린천은 한국의 몬태나라 불러도 과장이 아니라 하십니다. 삼촌은 상당한 플라이낚시 매니아로, 미국에서도 많은 곳을 다녀보셨는데, 그 중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인 몬태나 주 옐로스톤 카운티에도 직접 가보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풍경이 이곳 내린천과 비슷하다고 하십니다 :)
아빠와, 동행하신 삼촌의 합작품. 수제 뱀부대(Bamboo Rod) |
여담, 아빠와 삼촌이 직접 만드신 전설의 뱀부로드(Bamboo Rod-대나무 플라이 낚싯대) |
그 옛날 저희 아빠와 삼촌께선 원하는 뱀부로드를 구할 수 없어, 직접 제작하신 적이 있었는데 재질부터 공정까지 상당한 시행착오와 비용을 들여 최종 밸런스를 잡으셨기 때문에 워낙 품질이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작 소식을 들은 주변 마니아분들께서 앞다투어 구매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그런게 있었다 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남아있는 로드가 없는줄 알았습니다.
그 때 당시(90년대) 시중 가격으로 따지자면 40~50만원 정도가 합당했던 퀄리티의 제품이며, 물가지수를 고려하여 계산해보면 현재는 약 90만원 정도의 값어치를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플라이 로드는 만드는 공정이 워낙 인내심을 요하기 때문에 이렇게 장인정신을 갖춘 명품 빌더들이 만든 제품이 상당한 고가에 판매되며 수량이 한정적이라 시간이 갈 수록 가격이 계속 높아집니다. 빈티지 로드, 중고 로드 가격대도 상당히 높습니다.
이 엄청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낚싯대가 비싼 이유는 모든 공정이 노동집약적으로 이루어지며 상당한 노하우와 지식, 기술을 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 시절 삼촌과 아빠 두 분이서 만든 2피스(2절짜리) 로드가 총 10개입니다.
그 중 하나가 제 손에 오게 된 것입니다...ㄷㄷㄷ
제가 이 엄청난 로드를 사용하게 되다니...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삼촌이 이걸 저에게 주시다니, 아빠도 깜짝 놀라셨다고 해요.
저는 그냥 색깔 예쁜 카본대 정도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정말 너무 신나고 행복했어요
*
참고로 내린천은 포획금지어종인 열목어가 서식하는 지역입니다. 저는 잘 모르고 갔고, 삼촌과 아빠는 금어기가 아닌줄 아셨었는데, 다행히 물고기가 나와주진 않았습니다.
혹시 내린천 출조 가실 예정인 분들 계시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잡았다 놓아주는것도 안된다고 합니다.
저희는 무리한 조행, 환경과 규범에 어긋나는 낚시임을 알고도 일부러 시도하진 않습니다.
다양한 보호어종들이 얼른 개체수가 회복되서 다시 편안하게 플라이낚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